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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사업 수주전 두고 한화오션·현대중 갈등 격화

하반기 방산업체 지정 놓고, 한화 “경쟁입찰” vs 현대重 “관례대로”
총사업비 7조8천억…상세설계 따낸 기업, 상징성·수출에 절대 유리
각 지자체 등도 지역 기업 지원 가세…전문가 “법·규정따라 결정해야”

시사통영 | 기사입력 2024/07/15 [14:29]

KDDX사업 수주전 두고 한화오션·현대중 갈등 격화

하반기 방산업체 지정 놓고, 한화 “경쟁입찰” vs 현대重 “관례대로”
총사업비 7조8천억…상세설계 따낸 기업, 상징성·수출에 절대 유리
각 지자체 등도 지역 기업 지원 가세…전문가 “법·규정따라 결정해야”

시사통영 | 입력 : 2024/07/15 [14:29]

  한국형 차기 구축함 조감도    © 시사통영

올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기업 선정을 앞두고 국내 특수선 시장을 양분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거제와 울산 지역 지자체와 정치권까지 지역 소재 기업을 거들고 나서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KDDX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신청서를 낸 가운데 산업부가 HD현대중공업을 단독으로 지정하면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과 수의계약을 맺고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된다.

산업부가 한화오션도 함께 복수로 지정한다면 추후 방사청이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 방식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오션은 자사 군사기밀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몰래 빼내 유출한 불법을 저지른 만큼 경쟁입찰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은 KDDX 사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천t급) 6척을 발주하는 것이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개념설계가 함정 초안을 그리는 것이라면 기본설계는 함정에 탑재되는 무기체계 및 각종 장비 등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전까지가 사전 준비 단계라면 상세설계는 각 무기 체계 등을 어디에 배치할지 등 세부적으로 함정을 구현하는 최종 설계 작업이다.

이런 이유로 상세설계를 따내면 선도함 건조도 맡게 돼 이로 인한 이점이 많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중 어느 쪽이 맡더라도 발주되는 총 6척 중 상세설계를 한 기업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2∼6번째 배들은 선도함 설계도를 바탕으로 조금씩 보완하는 개념이라 선도함의 연구개발비도 더 많다.

또 이를 바탕으로 수출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국내 특수선 시장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을 통해 더 큰 먹거리를 챙길 수 있어 양사에 모두 중요하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에서 오래 일한 방산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총 6척을 건조하더라도 선도함에서 이미 설계도가 나왔기 때문에 나머지 배들은 상징성이 떨어진다"며 "KDDX 선도함을 만듦으로써 도급장비 업체들 통제가 가능하고 방산업계에서도 회사 가치가 올라가 수출 시장에서 KDDX 선도함을 만들었다는 실적을 바탕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지자체와 정치권까지 나서 지역 소재 기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시 김두겸 시장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HD현대중공업의 KDDX 선도함 사업 연속 수행 촉구를 결의했다.

그러자 한화오션이 있는 거제시 박종우 시장은 지난달 본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KDDX 건조를 위한 복수 방산업체 지정 및 공정한 경쟁 입찰로 K-방산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거제시와 시민은 향후 절차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방사청은 올해 안에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르면 기본설계 결과(기본설계 시험평가 결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시),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본설계 참여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자사 군사기밀을 불법 유출해 유죄가 확정됐고 계약의 기본은 경쟁이 원칙인 점 등을 내세워 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입찰이 될 경우 한화오션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의 개념설계 도면을 몰래 빼간 덕분에 기본설계 선정에서 유리할 수 있었는데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따냈다고 상세설계까지 맡아야 한다는 건 불법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이는 법치와 사업 윤리에도 맞지 않고 계약의 기본이 경쟁인 만큼 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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