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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디카시작품상선정- 이정록 시인의 디카시<당신이 오신다기에>

시사통영 | 기사입력 2020/06/12 [10:52]

제6회 디카시작품상선정- 이정록 시인의 디카시<당신이 오신다기에>

시사통영 | 입력 : 2020/06/12 [10:52]

 

▲ 수상자 이정록(시인)약력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고,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어머니 학교>, <정말>, <의자>, <까짓것> 등과 산문집<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어린이 책 <콧구멍만 바쁘다>, <저 많이 컸죠>, <황소바람>, <똥방패>, <대단한 단추들>, <지구의 맛>, <달팽이학교><나무 고아원> 등을 냈다.    © 시사통영

2020 13회 경남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시상하는 제6회 디카시작품상에이정록 시인의 디카시 당신이 오신다기에가 선정되었다.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지며 시상식은 2020711()오전 11시 경남 고성 마암면장산숲에서 열린다.

 

디카시작품상은 2015년부터 고성군(군수 백두현)의 후원으로 한국디카시연구소가 제정하여 매년 시상일로부터 1년 이내에 디카시 전문지 계간 디카시에기성 시인이 발표한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심사하고,디카시의 글로벌화와 디카시의 전범이 될 만한 디카시 작품 한 편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1회는 공광규,2회 김왕노, 3회 송찬호,4,리호, 5회 이운진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디카시는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로서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하여 주로 스마트폰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발견한 시적 영감을 찍고 5행 이내의 짧은 시적 언술,즉 영상과 언술을 하나의 텍스트로 하여 SNS를 통해 실시간 소통하는 것을 비전으로 한다.디카시는언어 예술이라는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2004년 경남 고성에서 지역 문예운동으로 출발하여 2016년에는 국립국어원에 문학 용어로 정식 등재되었고, 2018년에는 검정 중고교 국어교과서와 2019년 개정판 창비 고등학교 교과서 언어와 매체에 디카시 작품이 수록되었다.그리고 20196월 전국모의고사 고2 국어 시험문항에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수련 초등학생>과 함께 디카시 창작 관련지문 제시형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여 그 저변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 장르로 평가받으며 한국을 넘어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인도 등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당신이 오신다기에

저는 둥근 방을 좋아하지만아이들까지온다기에 꾸며봤어요.

우리 사랑, 더 샾.

          -이정록(시인)   © 시사통영

심사평 

디카시는 이미지 포착의 시라 할 수 있다.정물의 이미지뿐만아니라 급변하는 이미지의 영상을 한 컷에 담고그 영상과 함께 깊은 곳에서 발화된 시적 문장(문자)5행 이내로 쓰는 것이다.포토포엠과 엄연히 구분되는 것은 영상인 이미지에 주관이 깊숙이 개입되어 디카시가 이뤄지는 것이다. 사진의 설명보다 사진을 통해 내면화된 것을 시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디카시의 특성에 얼마나 접근해 있으며 디카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작품을 찾자는 것이 심사의 주관점이었다.다행히 많은 예선작품을 거쳐 본선까지올라온 작품 중에제6회 디카시작품상으로 선정된 이정록 시인의 디카시당신이 오신다기에는 디카시의 본질에 맞고 요즘 보기 드문 디카시의 수작이었다.가족을 어우르는 따뜻한 마음이 시 한편에 가득 넘쳐났다.보도블록을 보고 더 샾(#)’ 외치며 사랑을 한 차원 더 높여가는 디카시였다. ‘당신이 오신다기에작품은 디카시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인위적으로 영상을 연출하거나 작위적인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고 길을 가다 자연스럽게 보도블록 한 컷을 찍어 가족까지 연결하여 우리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마음껏 노래하고 있다. ‘당신이 오신다기에디카시는디카시 발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우뚝 세웠다.거듭 이정록 시인이 제6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축하합니다.

 

심사위원:송찬회(시인), 김왕노(시인)

 

 

 

<수상소감>

빛의 종족

이정록(시인)

 

 

어제 무슨 꿈을 꿨느냐고 물어왔다. 대답하기도 전에 재차 요즘 좋은 꿈을 꾸지 않았냐고 물어왔다. 늘 유쾌하게 전화를 나누던 사이라서, 요즘 곰을 많이 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둡게 살다 보니, 곰이 많아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스크 때문에 언어들이 뭉개져 나왔다. 언어가 동굴 안에 갇혀버렸다. 마스크 한 장 썼을 뿐인데 혈거시대로 돌아갔다.

 

뜸을 들이던 최광임 시인이 어리둥절한 소식을 꺼냈다. 디카시작품상에 뽑혔다고. 순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카메라도 없다. 폰카뿐이다. 사진과의 인연이라고는 나와 동명인 이정록 사진작가와 월간 <사진예술>에서 대담한 일과, 배현준 사진작가의 사진전에 해설을 덧댄 게 전부였다. 다시 샅샅이 더듬어보니 요즘 배현준 작가에게서 '사진미학 강의'를 듣고 있구나. 통틀어야 배냇저고리 호주머니보다도 작다. 그러면서도 혹시 수상 소식을 거둬들일까 봐 덥석 고맙다고 말해버렸다.

 

태초에 빛이 생긴 까닭은 들키고 싶어서다. 디지털카메라도, 시도, 영원의 두께를 순간 포착하는 예술이다. 비의를 일순에 낚아챈다는 면에서 둘 다 빛의 종족이다.

 

보도블록은 모두 반지하 양옥집이다. 반지하에서 지하로 잠긴다. 똑같은 크기의 지하 단칸방이 길바닥 아래에 수없이 생긴다. 서서히 박히면서 사각 울타리를 만든다. 그러는 사이 끝없는 단절 사이에 푸른 이끼가 자란다. 현대인의 소외와 겹친다. 보도블록은 스스로 설계하고 건축한다. 제 품 안의 생명을 지킨다. 차이고 치이는 소시민보다 낫다. 보도블록을 들춰본 사람은 안다. 거기에는 늘 당당하게 밟히는 생명이 꿈틀거린다.

 

오늘은 곱고도 예쁜 단풍잎이 내려앉는다. 이렇게 가볍게 밟히기는 처음이다. 꽃이 필 때는 어리고 무서워서 엄두도 못냈던 사랑을 이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보도블록 아래에는 처음부터 옷을 벗은 채 사랑을 기다리는 숨소리가 있다.

 

순간 포착의 빛을 풀어놓으면 이렇듯 말이 길어진다. 두어 줄만 남기고 다 지운다. 언어 사이에 햇살이 훤히 들이치도록.

 

다 지워버린 것을 조각조각 기워서 읽어주신 송찬호 시인과 김왕노 시인께 고마움을 전한다. 디카시를 세상에 우뚝 세우고 계신 김종회 선생님과 이상옥 선생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절을 올린다.

 

빛을 훔치려다 또 빚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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